몸의 훈장과 멍텅구리
2016. 1. 16. 20:01
평생 운동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초등학교때는 운동장을 거닐다가 한 구석에 쪼르를 모여 수다떠는 축에 속했고,
중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누구나 하는 농구(당시에는 정말 누구나 농구를 했다)를 슬쩍하다가
이 역시 키 탓 운동신경 탓 공부 탓 하며 이따금 지루한 체육시간을 면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흔한 태권도장 한번 다녀본적 없던 내가 운동신경이 발달해 있을리 없었고
손에 잡는 운동마다 흥미를 잃어가며,
학업의 가장 큰 적은 체육 실기평가가 되버린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좋아하면 잘하게되고 잘하면 사랑하게되는 당연한 고리 밖에 서있었으니 운동과 연이 닿지 않은것은
거진 운동보다는 책을 좋아했던 내 천성때문일것이다.
그러다 군입대를 하고 반강제로? 운동을 하다가
당시 몸짱 열풍에 한발 걸쳐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던 1년 정도의 기간이
30년 묵은 내 몸에 남아있는 운동이란 녀석의 흔적이다.
작년말 큰 맘먹고 주짓수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라기 보다는 처음하는 무도라고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테지만
매일 다녀도 몸이 달라지지 않는 회사 헬스장에 계속 머물 바에야(물론 이건 모두 내탓이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얄팍한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큰 일이 나버렸다.
이 주짓수란 녀석이 너무 재밌어서 갑자기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차차 얘기하겠지만 매일 몸이 아픈데 매일 나가고 있다...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지만 힘은 엄청좋은 동생과 뒹굴다가
어깨랑 팔 다리에 피멍이 들었는데, 정작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다.
서른넘어 험한 운동 시작하는 나같은 중생들을 위해 틈틈히 부상일기를 남기고자한다.
물론 결국은 다치지 않고 잘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