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노기를 시작하다

5eadme 2018. 3. 25. 23:58

2016. 10. 14. 22:35

 

오늘은 처음으로 No-Gi 수업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노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업시간이 적어서 한국에서도 서너번 밖에 배우지 못했다. 저녁 도복 수업에 사람도 너무 많고, 오전은 좀 한가할까 싶어 일찍 일어나 운동하러갔다. 

 

나는 백수니까 오전 수업이 좋다. 역시나 예상대로 인원도 10명 내외로 적당하고 워밍업시간도 길다. 

태어나서 한번도 성공못한 옆돌기는 오늘도 실패. 나중에 님께서 가르쳐준다고하니 특강 받아야겠다.

 

딥하프에서 트라이앵글과 암바로 가는 몇 가지 패턴을 배웠다. 

오랜만에 하는 노기라서 드릴도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는 와중에 오늘도 파트너를 잘 만나서 살았다.

젠틀하게 스텝바이스텝으로 도와주어서 다행히 수업을 따라갔다.


역시나 도복수업처럼 마지막 30분은 자유롭게 풀스파링.

 

노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지컬이 장난이 아니다.

물론 그 살과 살이 부대끼는 찰진맛에 하는 노기지만, 몸이 받는 데미지도 도복에 비하면 배는 되는 듯하다. (아오 쑤셔...)

나는 일단 피지컬도 안되고 기술도 안되기 때문에 항상 생존을 목표로 임한다.

탭은 못받아도 내주지는 않으면서 그냥저냥 버티다가 마지막에 엄청 몸 좋은 친구랑 붙었는데 진짜 정줄 놓을 뻔했다.

레슬링을 했는지 몸이 너무 단단해서 스탠딩은 생각도 안하고 가드 위주로 앉아서 롤링했는데 5분정도 구르면서 탭을 6~7번은 친거같다. 그닥 공격적으로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몸도 좋은데 기술까지 좋으니까 이건 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손만 뻗어도 탭 발만 뻗어도 탭, 탭탭탭.

나랑 스파링하는게 이 친구한테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거 같은데 열심히 해주니까 더 미안했다.

두 팔 다 잠긴상태로 쵸크 당해서 발바닥 구르는 굴욕적인 탭과 함께 수업이 끝났다.


노기 수업하면서 더 느낀거지만, 나는 땀에 민감하다. 몸냄새는 옛날 미국에 잠깐 있으면서 인종/국적 불문 충분히 내성이 생겼지만 땀은 아직 적응이 안된다. 내가 땀이 많은 편이라 스파링 파트너 땀보다 내 땀이 더 신경쓰인다. 어쩌다 탑 잡으면 상대방 얼굴에 내 육수가 뚝뚝.... (가끔은 입안에) 

 

너무 미안해서 멈추려고 하니까 쿨쿨 거리면서 쿨내나게 내 팔을 꺽어주었던 녀석 고맙다.

아무튼 나만큼 땀많은 파트너 덕분에 오늘은 게이짓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다.

흠뻑 젖은 상태로 서로 서브미션 주고 받으면서 실실 웃기라도하면 이건 정말, 주짓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게이월드가 따로없다.

그래도 나는 노기가 좋다. '죽기전에 꼭 해봐야 할일 100가지'는 좀 어려울거 같고,

음... 1000가지 정도에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정도로 짜릿한 경험이다 손과 발만으로 누군가와 겨루는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