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 도착과 호텔에 대한 작은 기억
2016. 9. 12. 23:34
퍼스는 아직 직항이 없다.
이런 저런 경유 항공편을 알아보다가, 워홀 비자 소지자에게 할인을 해주는 케세이퍼시픽(CX)을 선택했다.
우린 두명이니까 이런 소소한 할인도 챙겨야 한다.
사실 듣기에도 좀 섹시해보이는 발리 경유를 하려고 생각해서 케세이를 골랐는데
막상 이티켓 뽑아보니 홍콩 경유다.
최저가 검색으로 돌리다가 재확인도안하고 그냥 결제해버렸더니 이런 불상사가....
나는 정말 똥멍청이다.
남탓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은근슬쩍 원래 홍콩경유인양 그녀에게 통보하고 마음에 묻어두기로 했다.
근데 와서보니 퍼스에서는 발리가는 항공권이 엄청싸다.
오지들이 대부분 밥해먹는걸 귀찮아한다고 하는데 사먹는건 비싸니까 가까운 발리로 눈을 돌린듯하다.
당연히 그래서 쿠커리 영주권 비자가 있는거겠지.
뭐 원래 계획대로(?) 여기 있는동안 발리를 한 번 다녀오는 것으로 경유를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로 마음먹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할일도 없다고 하니 미리 표 좀 알아봐야지.
뭐! 일단 퍼스에는 잘 도착했고,
내리는 시간이 늦어도 버스를 타서 돈좀 아껴보려 했지만 택시를 타는 바람에 지출이 커진건 에러
타자마자 택시기사가 젊은사람들이니 멜버른이나 시드니로 가라고 초친건 두번째 에러
호텔 입구에 경사로가 없었고 방이 엄청 작았던건 세번째 에러다.
이것들만 제외하고는 모두 좋다.
다만
정작 놀러온 나는 중고차 알아보랴 쉐어룸 알아보랴 하루종일 검트리 눈팅하느라 눈알이 빠지는데
육식동물인 그녀는 고기가 싸다고 매일매일 스테이크를 구워먹으며 해필리에버에프터하는 중이다.
영어 공부하면서 재충전하자고 실컷 떠들다가,
갑자기 혼자 진지진지해진건 역시 내가 소인배라서 그렇다.
걍 얼른 장기 쉐어 잡고 맥주 마시면서 영화나 때리고 싶다.
오지 아저씨가 추천해줘서 얼떨결에 로컬비어라는 EMU를 한박스 샀는데,
입에 걸리는거 하나없이 무난하다. 정말 호주판 버드와이저 같은 녀석. 쌀밥 같은 맥주다.
특히 미국에 있을 때보다 캔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겨울에 이정도면 여름에는 감당이 안될거 같다.
어서 운동을 해야하는데 차가 없으니 주짓수도 갈 방법이 없다.
앵거스 버거를 혼자 두개씩 잡수는 오지형들 밑에 깔리다보면 살은 금방 빠질거 같다.
그래도 뼈는 좀 추스려야지, 나중에는 기름값정도는 벌어야 할지도... 몸이 언제나 가장 중허다.
그냥 이런일 저런일 낯설고 복잡해도 일단 좀 태평해질 필요가 있다.
슬로우의 도시 퍼스에서 혼자 서두르고 있으니 이것도 참 못할짓.
뭐.어.떻.게.든.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