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속 터지는 영리한 서스펜스 <콰이어트 플레이스>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감각적인 아이디어로 뛰어 넘어 짜잔~!하고 나타나는 영화들이 있다. <베리드>, <폰 부스>, <더 콜>, <쏘우>, <파라노말 액티비티>, <크로니클> 등등...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돈 쏟아붓고 망하는 작품이 부지기수인 영화판에서 종종 활력소가 되어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내면 죽는다"는 단순한 설정으로 탄생한 스릴러다. 감독을 맡은 '존 크래신스키'는 이번 영화로 배우, 프로듀서, 각본가를 넘어 연출자로서의 성공까지 보여준다. 사실 함께 출연한 '에밀리 블런트'가 실제 아내라는 점에서 더 올라갈 네임 밸류도 없었지만... 진정 완벽한 남자인가?!
로튼 토마토 지수도 그렇고 북미의 평가가 좋긴했지만 크게 끌리지는 않았다. 본디 논리적인 완결성을 중시하는 타입인지라, 짜여진 장치가 있는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시간 제약이 있는 영화의 특성상 과도한 설정은 눈에 띄는 의문을 남기기 마련이고, 몰입에 방해가 된다. 이번 영화의 예를 들자면 "대체 왜 폭포 옆에서 살지 않는거지?"란 질문이 떠오르는 식이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답답함 3종 세트가 끊임없이 관객들의 속을 터지게 만든다.
1. 피임은 안하니?
2. 양말 좀 신어.
3. 못 좀 치워!
정작 극장에 간 이유는 <원더>에 나왔던 아역 '노아 주프'의 연기가 보고 싶어서다. 분량도 적고 매력없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좀 실망했지만, 영화를 생각보다 즐겁게 본지라 제로섬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 통장잔고는 줄었지만 CGV의 재무재표에 보탬이 되었으니 역시나 제로섬게임.
결론적으로 연애 초창기 연인들이 핑계김에 손잡고 싶을 때 보면 딱 적절한 영화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라거나, 뛰어난 연출이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거나 하는 작품은 아니다. 대놓고 서스펜스를 추구하고, 억지 감동을 밀어붙인 부분들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아빠는 못하는게 없다. 그렇지만 소리를 생략하는 방법으로 공포의 심연을 확장한 영리함은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아이템 자체는 나중에 시리즈물로 만들어 봄직하다.
오늘 같이 더운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데드풀 2>를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정류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탄산이 좀 빠져서 짜릿하진 않아도, 뒤끝없고 청량한 콜라같은 영화! 한 가지 팁이라면 소리나는 나쵸를 사면 반도 먹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간식은 좀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