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22:45
유투브에서 주짓수 영상을 보다보면 조금 특이한 훈련법을 만날 때가 있다.
손이나 발을 묶어서 사용하지 않고 스파링하는 장면인데,
그레이시 가문의 마스터가 손을 묶고 상대방을 요리조리 가지고 노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호저 그레이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실력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패널티를 안고도 활로를 찾아 나간다는 점이 주짓수의 매력이다.
몸 전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발은 엄청 중요하기도 하고 동시에 또 아니기도 하다.
실제로 장애를 가진 많은 분들이 주짓수를 수련하고 상대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얘기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오늘까진.
수업에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몸 풀고 드릴할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롤링하자고 악수하다가 상대방의 왼손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꿈치 이하는 발달하지 않았다.
블루벨트를 차고 있었으니 당연히 좀 발릴것은 예상했지만,
그의 왼손 그립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멍청한 고민을 하는 사이 상대방이 무섭게 파고들어 나는 종일 가드에서 기어다녔다.
그 스스로 훈련법을 찾고 발달시킨 결과겠지만 한쪽 손이 없는 대신 당연하게도 트라이앵글이 날카롭고 타이트하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할 때보다 다리쪽 그립을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른손으로 하체를 붙잡고 다리로 끌어안고 스윕하거나 서브미션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주된 전략처럼 보인다.
미야오 형제는 베림보로 하나로 세계를 제패했다고 하던가.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이 진짜 기술이라고 하더니 내가 당하는 꼴이 딱 그랬다.
나중에는 스스로 비겁한 놈이라고 외치면서 그의 불편한 왼손 쪽으로 몇번이나 파고들었지만 번번히 막히고 탭을 내주었다.
체급도 분명 나보다 아래였다. 그가 지금 수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탭을 내주면서도 내심 신기하고 짜릿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인간승리의 증거를 눈 앞에서 만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명심보감에도 나오고 맹자아저씨도 얘기한 말중에 '不如無'라고 우리말로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지방들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날도 따듯해지니까 살도 좀 빼고 수업에 더 많이 참여해야겠다.
헛소리지만 오늘 RVCA 쇼요롤 도복 실물 봤는데 너무 탐난다.
으으으... 이놈의 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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