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에버트 할배는 생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rited Away), 2001>에 대하여 두 개의 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한 2002년에 남긴 짧은 감상과, 십년 뒤 [Great Movies]라는 타이틀로 자신만의 추천작을 선정하면서 남긴 글이 그것이다. 두 글의 시차만큼이나, 그의 해석과 초점의 변화가 흥미롭다. 특히 2012년의 글은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것들을 우리에게 열어주는지 되집어주는 독해의 즐거움을 준다. 철지난 영화를 다시보며,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을 추스려 여기에 소개한다.
☞ https://www.rogerebert.com/reviews/spirited-away-2002
☞ https://www.rogerebert.com/reviews/great-movie-spirited-away-2002
2002년 글에서 할배는 영화가 가진 풍부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세계관에 집중하며, 동종의 서양 고전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빗대어 글을 시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가진 이름의 힘과 '지브리 스튜디오' 전작들의 가치를 두루 살피며 미국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진 장점들을 소개하는데 공을 들인다. 개봉시점에서 필요한 이야기와 영화의 외관에 집중하는 군더더기 없는 리뷰다.
영화에 대한 그의 진짜 '생각'은 2012년의 글에서 만날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세번째 보고 그 '관용과 사랑의 깊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리뷰는 영화에 대한 충실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Viewing Hiyao Miyazaki's "Spirited Away" for the third time, I was struck by a quality between generosity and love.
간결하고 축약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애니메이션의 본래 특성에서 벗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프레임의 끝단까지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을 놓치지 않는다. 본디 불필요한 것들이 거기 존재함으로써, 이 환상 세계의 또렷함과 사실성을 강하게 부여한다는 것이 할배의 의견이다.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면 치히로와 그의 부모가 지나친 폐허와 상점가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유바바의 온천장의 섬세한 디테일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렇다고 이미지의 과잉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사건'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애니메이션의 본래 성격에서 벗어나 '관조'할 줄 아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센과 린이 온천장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센과 가오나시 일행을 태운 열차의 무료한 운행을 길게 보여주는 연출은 분명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명상을 위한 순간이다.
Miyazaki's imagination never rests. 란 문장으로 설명되는 감독의 쉼없는 창조력은 제니바의 집까지 안내하는 '마법 랜턴'의 등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에버트 할배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분명 감독의 선물이다. It is a gift from Miyazaki.
가오나시의 의미, 유바바 유곽의 비밀, 센과 치히로 이름의 상징, 자본주의와 거품경제 비판,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영화를 보는 보통의 비평과 관심에서 살짝 벗어난 시선이 더욱 제대로 영화를 읽게 만든것 같아 흥미로운 독해의 시간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작은 점 하나로도 자신은 충분하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겸손한 인삿말로 풍성한 글에 대한 감상을 마친다.
It's plenty for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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