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31. 1:56
책거리는 서당에서 책을 한권 땔 때마다 훈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를 말한다.
물론 그것이 단순히 한 번 읽고 치워버린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한번 젖을 땐 아이는 다시 지 어미의 가슴을 파고들이 않듯이,
책을 땐 다는 의미는 그 내용과 이해가 머리속에 모두 들어있어 다시금 들춰볼 필요가 없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저 헤아려 볼 뿐이다.
지난 2~3년은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책을 사고 읽었던 시기다.
'읽음' 그 자체의 뜻으로는 당연 학부생 시절을 따라 갈 수 없겠지만 '산다'는 의미까지 더해진다면
직장인의 공격적인 도서 구입은 대학생에 비할바가 아니다.
택배를 대신 맡아주던 세탁소 아저씨는 딱히 먼저 말을 걸어오는 타입의 사람이 아닌데
언젠가 한 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데 무슨 연유로 그렇게 자주 책을 사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당시에도 지금도 그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번에 이사오면서 많이 팔고 버린걸 헤아리면 분명 '인테리어'용은 아니었다.
알라딘에 중고서적을 가져다 팔아 30만원을 벌었고
꽉 채운 김장봉투 두 개를 폐지수집으로 내놓았으며
대형책으로 분류된 책들은 따로 빼놓고,
이정도의 책이 남았다. (틈틈히 집창고에 가져다 놓은 책들도 아마 이정도 된다)
남은 책들을 당분간 열어 볼 일 없는 침대 밑에 넣었다.
높이가 딱 맞는 책을 만날 때 묘한 희열을 느끼면서 나는 몇 권의 책을 땐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죽을때까지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땔 수 있을까.
순간 낯이 뜨거워지면서 리디북스 페이퍼를 사기로했다.
적어도 전자책은 정리하느라 손가락이 까지진 않을 것이다, 일단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을 땔 자신이 없으니 전자책에 꾸겨넣고 책갈피를 꽂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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