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마술사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이너 감성 돌아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다시 없을 랑데뷰.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두 감독의 다듬어지지 않은 똘끼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세상 모든 '불편함'에서 자유롭고, 재미있다면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영화. 지금 개봉하면 별점테러 당할것이 뻔하지만, 96년도에는 특급 찬사를 받았던 오락물.
타란티노 각본 특유의 말장난과 섬세함, 범죄 로드무비에서 호러로 넘어가는 능청스러움, 약빤 캐릭터를 소화하는 조지 클루니의 섹시함과 진짜 미친것처럼 보이는 배우 타란티노의 눈빛. 그리고 로드리게스의 진짜 B급 액션까지... 모두 스타 감독, 스타 배우가 되어버린 오늘날 <황새>는 그들의 옛 모습을 간직한 귀한 소장품이다.
서스펜스를 끌어가는 힘과 대사빨이 살아있는 전반부는 타란티노의 입김이 느껴지고, (당시에는) 충격적인 액션과 특수효과의 향연인 후반부는 로드리게스의 손길이 생생히 살아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는 완성도와 리메이크 소식들을 보면 확실히 '모던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두 감독의 근저에 깔린 마초성과 폭력성에 대한 공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의 천국이 있다면 그 제일 앞 줄에 서 있을 것이 분명한 사내들이다. 두 감독의 현재 위치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보내는 찬사가 이를 증명한다.
영화에 나타난 폭력성이 '예술적 유희'인지 '맹목적 파괴'인지는 관객들이 제일 잘 안다. 나는 그들의 영화에서 폭력의 유혹이 아닌 통쾌한 카타르시스(해소)를 느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극장을 나서면, 현자타임이 찾아오고 평화를 사랑하게 된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나면 총을 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줌을 싸고 싶을 뿐이다. 너무 길다... 물론 그 둘이 비슷한 거라고 한다면, 내가 졌다.
타란티노의 딥빡 인터뷰를 보고나니 괜스레 편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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