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부족한 잠에 빚을 내어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 와 튼튼이의 모험 을 정주행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끊어보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이 답없는 청춘들의 어리숙한 열정은 고스란히 뇌리에 박혔다.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 이웅빈, 윤지혜라는 이름들은 꽃치레에 익숙한 스크린 속에서 저마다의 빛깔로 들꽃같은 향기을 선보였다.
어떤 잣대로도 훌륭하지 않은 이들의 무모한 모험, 그리고 그것을 보며 웃음짓는 현실의 모순이 잠시 숨죽일만큼 그 잔상은 짙고 애처로웠다. 그들의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며 무모한 해프닝의 연속이다. 그 무의미한 사건들이 특별한 교훈을 주지도 못한다. 깨달음을 발판삼아 삶을 개선해 나갈만큼 이들은 영리한 타입이 아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동물적인 감각과 마음의 소리에 충실할 뿐이다.
될놈될을 비틀면 결국 안될놈안될 이다. 이 무자비한 현실감과 솔직함 앞에서 궁상떨지도 소리내어 울지도 않는 고봉수사단 의 의연함이 좋다. 굳이 청춘에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면 나도 '의연함'을 택하겠다. 각자의 본 모습에 충실하자고 크게 써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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