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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영화제(21st BIFF) 불참 후기

하루 하루

by 5eadme 2018. 3. 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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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7. 20:31

 

자리는 조금씩 달랐을지언정 나는 지난 4년간 10월 둘째주 주말에 항상 부산에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반복되어오던 일정에서 벗어나 호주에서 부산영화제 기간을 맞이하는 감정이 야릇하다. 몇년 전부터 부산영화제는 여러 정치적인 이슈와 얽히며 영화제의 본질이 퇴색되어 간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올해는 그 여파가 절정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그 와중에 태풍이라는 자연적인 악제까지 겹쳤으니 안좋은 소식들이 기사에 오르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일을 떠난 뒤로, 가급적 영화와 영화제와 방송과 거리를 둔 삶을 지향하고 있으나 습관적으로 눈이 가는 부분들은 어쩔수가 없다.


당연 나의 직장 생활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 중 하나도 부산이다. 그 화려한 열정, 때로는 취기와 뒤섞여 쏟아져 나오던 광기(狂氣)는 사람과 영화를 생각하게 하는 제법 좋은 시간들이었다. 부산영화제는 나에게 성수기에 저렴하게 방잡는 지혜(智)도 가르쳐주었다. 밤샘 술자리로 해운대 상인들의 부흥을 이끄는 덕(德)도 쌓게 해주었고, 숙취를 안고 영화보는 체력(體)까지 길러 주었으니- 결국 참된 교육의 지덕체(智德體)를 모두 선물한 셈이다. 그런 부산이 정치적 농간과 거친 파도 그리고 바람에 신음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보고싶은 영화의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난다. 서서라도 보겠다는 심정으로 관 앞에가서 시작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국은 입장시켜주지 않아서 돌아섰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저 바보같은 호기심과 뜨거움으로 영화를 기다리던 마음이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다. 누군가 또 계속해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축제가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가 극장에도 들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매년 극성인 암표 상인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을 올리고 생각해보니 관련 업계에서 다시 일하기 전까진 프레스도 못받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여기까지 오는 길도 예측할 수 없었는데 하물며 내년 일이랴~

그저 내년에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나도 그 자리에서 인연들과 '부산의 밤'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남긴다.

이루어져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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