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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끼충만, 릭 앤 모티

하루 하루

by 5eadme 2018. 4. 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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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과 모티 캡처

 

벌써 10년 전인가.... 한동안 <사우스 파크>에 빠져살았다. 원조 19금, 말장난 만화인 사팍은 나름 교훈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부분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소재가 너무 미국적이다보니 계속 보기는 힘들었다. <화니 걸>을 모르는 나같은 세대는 사팍에서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라는 요상한 이름을 처음 듣게 되는 것처럼... (당시에는 패러디용 가상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좀 맛갔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무튼 지금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한 만화를 뽑으면 <보잭 홀스맨>과 <릭 앤 모티>가 선두에 있다. 보잭을 몇 개 찾아봤는데, 특유의 건조하고 우울한 느낌이 나랑은 맞지 않았다. 현대인의 자아성찰과 연예인 신세한탄은 한국 TV의 리얼리티쇼로도 충분하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자고로 좀 통통 튀는 편이 좋다. 

 

부득이 넷플릭스 한 달 무료가 끝나서 쉬고 있다가 어제 <릭 앤 모티>를 찾아봤는데 완전 취향저격. 여백없이 정신 없는 전개도 마음에 들고 "모든 것이 무의미해"라고 외쳐대는 포스트모던함이 넋놓고 보게 만든다. "What a waste." 화면은 온갖 콘텐츠에 대한 오마쥬로 넘쳐나고, 애니메이션이 가진 특징을 활용해 기존 아이템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려는 기획들이 돋보인다.

 

모든 고정관념들을 날려버리며, SF와 코스믹 호러의 탈을 쓰고 온갖 세계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뽐낸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맥락없이 흩어져 있던 복선들이 결합해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전개는 뛰어난 작가와 제작자의 역량을 가늠하기 충분하다.

 

 Morty "Nobody exists on purpose, Nobody belongs anywhere,

Everybody's gonna die, Come watch TV"

- 인생에 목적은 없어, 우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결국 죽을 거야. 가서 TV나 보자.

 

미국은 마블코믹스와 DC를 비롯해서 지면과, TV를 통해 키워 온 '어른' 만화시장이 상당히 크고, 그런 힘이 <릭 앤 모티>같은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병신같지만 멋있는 작품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만화를 만드는 이들이 단순한 덕후(nerd)를 넘어서 뛰어난 철학자이고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말장난에 있어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코난 오브라이언'이 <심슨>의 작가였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나아가 그런 정신을 이어가는 오프라인상의 인쇄매체들과 지역 모임, 서클활동이 사회 전반에 촘촘하게 깔려있다. 온라인에는 WISECRACK과 NERD WRITER같은 재미와 지성을 겸비한 비평 콘텐츠들까지... 좋은 공부가 되기 때문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지만 부러움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티의 말처럼 그냥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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